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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feeds every bird but doesn't put it right in its nest!

나는 자꾸만 숫자를 들여다봐야 하고
숫자로 평가하는 일을 평소에 하고 있다 보니
내 인생이 점점 딱딱한 것들로 점철되는 것 같아 슬펐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말랑말랑한 것들을 보고 느끼며 내 일상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더더욱 내 마음과 머릿속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찾게 된다.
책을 읽어도 소설을, 드라마를 봐도 휴먼물을
예능도 사람냄새 나는 것들을 즐겨 본다.

요즘 또 빠져있는건 유퀴즈온더블럭.
한여름에 전철을 탔는데 목이 바짝바짝 말라만 갈 때, 그럴 때 자판기에서 토레타 하나를 뽑아 먹을 때처럼
요즘 내 일상의 갈증을 단번에 해소해 준다.

출연진들의 사는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내 일상에서 지워져있던 감정들이 하나둘 되살아난다.
맞아 저런기분, 이런 걸 할 땐 이런 감정이 들었지. 그래서 나도 그런걸 했었지.
더 나아가서 나도 이렇게 누워있지만 말고 무언갈 해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맘이 따수워지고, 잔뜩 예민하고 날서있는 기분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대단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대한민국 최고의 진행자가 이끌어주는 대화를
이렇게 방구석에 누워 즐길 수 있다는거.
21세기에 태어나길 잘 했다는 기분이 든다. 2021년에 살아있을 수 있어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