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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feeds every bird but doesn't put it right in its nest!

잠이 오지 않아서 정리해보는 1월 일기.
감정기복의 끝판을 달렸던 한달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불지피듯 피어올랐다 금시에 식어버리곤 하는걸까. 요즘 건강하게 살지 못해서 그런 걸까.
딱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는데, 사서 스트레스를 받고. 괴롭히는 사람도 괴로울 일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쓰러지듯 잠에 드는 날이 많았고 화를 억눌러야 하는 일이 많았다.
생전 처음으로 연애하고 싶단 생각, 사람에게 의지하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지금은 아님. 뭔가 자아실현, 성장, 성취욕구가 샘솟고 있음. 뭐가 됐건 이전보단 긍정적인 변화겠지.

작년 재작년과 다르게 한파가 잦았던 올 1월...
마스크를 끼고 다니니 항상 속눈썹과 앞머리에 송글송글 물방울, 더 추운날엔 샅얼음을 달고 살았음.

1월1일 신년에는 회사에서 선물받은 샴페인과 함께 나름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작년 새해에는 데이식스 완전멋지잖아를 들었고...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거겠지만. 진짜 일년이 노래 가사대로 흘러갔다. 내 인생에서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줄 알았던 자존감, 자신감, 자기효능감을 회복했고. 지금은 좀 자아도취 지경에 이르렀음.....ㅜ 자중 할 것.

암튼. 그래서 올 첫곡은 더더 고심해서 골랐는데.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는 비밀이다. 내년 1월1일에 오픈할거야. 후후

어딘가 자꾸 공허하고 우울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떠돌았음. 인생 처음으로 베이킹을 해보았다.
이것은 당근을 백만번 썰어서 완성한 당근케이크.
생각보다 성공적이라 이주 연속으로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별안간 우쿨렐레를 샀음.
구독하고 있는 계정에서 기타 연주 하는게 넘 멋져보여서...
부피 큰 기타는 보관할 생각에 골아파서 작은 우쿨렐레로 맘먹었다.
생각보다 연주기법이 간단해서 벌써 앵간한 곡은 연주할 줄 앎. ㅋ 천잰가 나 진짜

도자기도 열심히 만들러 다녔고요.
지난달에 만든 것들을 받았는데, 의도한 것과는 다르지만 맘에 들어.
유약 작업은 예상한 대로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지만, 또 그래서 결과물에 더 정 가는 게 있는거 같다.
세상에 딱 하나뿐인 오브제임.

아니 그리고 이런 요상한 것도 샀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아주 유용하다. 편하진 않은데, 문질문질 한번으로 발 각질까지 같이 정리돼서 좋음.

예.. 그리고 또 뭘 샀어요.
투티에 카드지갑인데, 세배는 더 많은 돈을 주고 샀던 마르지엘라보다 훨 만족스럽다.
첫날에는 카드지갑이 좀 뻑뻑하다 싶더니, 지금은 적당히 늘어나서 아주 편함.

그리고 또 뭘 삼. 바로바로 닌텐도 스위치.....
아파트 헬스장이 수개월째 폐쇄되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큰 맘 먹고 구매했다.
원래는 링피트만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복싱, 저스트댄스도 사버림.
재미는 복싱>저댄>>>>>>>링피트.....

그리고 또 뭘 삼. 어이없네...
가볍게 실내에서도 입고 싶어 산 트위드인데 생각보다 너무 화려하고 두깨감이 있어 아직 한번도 입지 못했다.

또 뭘 샀냐면 오브네어 가디건도 매물 찾아 구매했다.
원 가격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퀄리티지만 디자인 귀엽고 적당히 따수워서 손이 많이 간다.

지해네 집에서 함께 데이식스 콘서트도 관람했구요. (말도안되는 저퀄리티에 굉장히 실망했음)

12월에 구매해놓고 외출할 일이 없어 하염없이 묵혀뒀던... 민트 니트를 드뎌 개시했음.
선영언니한테 샀던 민트반지랑 아주 잘어울림. 여기에 티파니 목걸이까지 하면? 내가 바로 민트 인간임.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많은 날들. 당시에는 싫었는데 또 사진으로 보니 낭만적이다.
아 약간 삼천포로 빠지자면, 이게 내가 일기를 월말에 몰아 쓰는 이유기도 하다.

사건을 겪은 당시에 기록을 하면,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불만불평만 늘어놓게 되는 나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갈수록 불같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고, 욱하고 다혈질에 감정기복도 심한 사람이라. 감정을 느낀 순간 바로 기록하면 어딘가 상황이 왜곡되어 버린다.
그치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그 날들을 떠올리며 일상을 기록하면, 좀 더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좀 더 객관적으로 그 날의 일들을 적어갈 수 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매일매일 쓰던 일기들은 어딘가 추한 나의 모습이 자꾸만 보여 들여다 보기 싫었는데, 월별로 기록한 일상은 오히려 회고하기 좋았음.

언제 눈이 왔냐는 듯 따듯하고 화창한 날들도 종종 있었다. 1월 날씨 마치 내 1월 감정 같군. 기복이 심했구나

저는 다시 카트라이더 처돌이가 되었고요. 오천만번 도전 끝에 L1라이센스를 땄습니다. 우하하
하다하다 카트라이더까지 잘해버리는 나 넘 멋져

따듯한 날이면 종종 고양이들을 만나 놀 수 있어 좋았음.

어떤 날은 갑자기 이렇게 왕 큰 달을 만나기도 했고요.

1월의 마지막 날엔 해워니와 소울을 보고. 아웃백 가고. 아울렛에서 하루종일 놀다 왔다. 영화보고 아웃백먹고 즐거워하는거 너무 초딩스러워서 스스로 웃겼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저번에 갔던 파인다이닝보다 전 아웃백이 더 맛있다고요. 이렇게 태어난걸 뭐 어쩌라고요. ㅜㅜ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뭐 나쁘지 않은 날들을 보낸거 같은데. 나는 왜이리도 무기력하고 우울했는가.
나를 괴롭히는 감정들은 대체 어디서 태어나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새삼 반성하게 된다.

좀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일비일희 하지 않는 삶. 절제된 삶. 차분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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